어느 날의 흔적
어린 시절 뛰놀던
동네에 가면
내 어린 날의 흔적들이
모두 다 없어졌다
개구리 잡고 메뚜기 잡던
논과 들에는 공단이 들어서고
연 날리고 뛰어다니던
둑길은 아스팔트가 깔렸다
흉허물 없이 벗어 던지고
멱 감던 개울에는
요즘 사람들 마음처럼
시커먼 폐수가 흐르고 있다
모두 다 없어졌다
친구도
초가집도
우물도
유년의 흔적들이
송두리째 사라졌다
살기에 바빠
하늘마저 뿌예져
어린 날의 그리움조차
안개 낀 채로 흐려져 있다
-글/용혜원 지음